
“가짜 명언이 넘쳐나는 시대, 우리는 왜 권위에 기대는가?”
우리는 SNS에서 수많은 명언을 소비한다. 그럴듯한 문장 뒤에는 으레 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혹은 괴테의 이름이 붙어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감동하며 공유한 그 위대한 명언이 누군가 대충 지어낸 ‘가짜’라면 어떨까?
2025년 제172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을 뒤흔든 ‘스즈키 유이’ 작가의 데뷔작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바로 이 흥미로운 도발에서 시작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히로바 도이치’는 평생 괴테만 파고든 중년의 깐깐한 괴테 연구 교수다. 어느 날 그는 아내와의 식사 자리에서 홍차 티백 꼬리표에 적힌 문장을 발견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괴테”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철학을 완벽하게 요약한 감동적인 문장. 문제는 평생 괴테를 연구해 온 ‘히로바 도이치’조차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히로바 도이치’는 이 문장이 진짜 괴테가 한 말인지, 누군가의 오역인지, 아니면 지어낸 위작인지를 밝히기 위한 가족, 동료, 제자까지 끌어들여 독일로 향하는 기묘한 추적극이 시작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괴테’인가?
독일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고 한다. “어떤 말을 인용할 때, 출처를 모르거나 사실 자기가 지어낸 말일지라도 일단 ‘괴테가 말하길’이라고 덧붙여라.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이 농담은 꽤 날카롭다. 우리는 문장 그 자체의 가치보다, ‘누가 말했는가’라는 권위에 쉽게 설득당한다. 작가는 ‘히로바 도이치’의 친구 ‘시카리’ 교수가 논문에 ‘가짜 명언’을 고의로 섞어 사람들을 속인 에피소드를 통해, 진실보다 권위를 좇는 지식 사회의 허영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소설이 미스터리의 탈을 쓴 채 진짜 겨냥하는 과녁은 ‘주인공의 내면과 관계’이다. 명언의 출저를 쫓아 독일까지 날아간 ‘히로바 도이치’ 교수. 그러나 결말에 다다르면 독자들은 묘한 충격을 받는다.
괴테의 방대한 편지와 텍스트는 토씨 하나까지 외우는 ‘히로바 도이치’가, 정작 25년을 함께 산 아내의 지독한 외로움이나, 논문을 쓰며 고뇌하는 딸의 진짜 속마음에는 완벽하게 무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위대한 활자에만 집착하느라 식탁 건너편에 앉은 사람의 눈동자는 들여다보지 못했던 지식인의 아이러니. 이 여정의 끝에서 ‘히로바 도이치’는 비로서 책을 덮고 가족의 얼굴을 마주 보게 된다. 티백에 적힌 문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진다. 중요한 것은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혼연일체’가 되어가는 과정 그 자체이니까.
소설 ‘쾨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조금 난해할 수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적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다 읽고 나면 가슴 한구석이 찌릿해지는 소설이다.
“모든 것은 이미 거장들에 의해 말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 삶의 언어로 직접 다시 말할 때, 그 말은 비로서 진짜가 된다”
수많은 남의 말(명언)을 스크랩하면서 위안받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이 책은 “그래서 당신의 언어는 무엇인가”라는 가장 클래식한 질문을 던져준다.

-저자 소개
2025년, 일본 문단은 한 20대 대학원생의 등장에 발칵 뒤집혔다. 그의 이름은 ‘스즈키 유이’ 첫 장편소설 ‘쾨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로 제 172회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쥔 그는, 일본 문학계에서 ‘2000년대생 최초의 수상자’이자 ‘움베르토 에코나 이탈로 칼비노의 재래’라는 엄청난 수식어를 달고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1년생인 ‘스즈키 유이’는 유년기를 관통한 가장 큰 사건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후쿠오카에서 태어났지만 후쿠시마로 이주해 자랐던 그는, 10살 무렵에 그 거대한 재앙을 곁에서 목도했다.
재난 그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소년 ‘스즈키 유이’에게 더 큰 혼란을 준 것은 ‘어른들의 말’이었다.
“어른들의 말은 제각기 달랐다. 어떤 말을 믿어야 하는가” 언론, 정부, 이웃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말 속에서 그는 ‘말이라는 것에 대한 강한 회의와 불신’을 느꼈다.
하지만 이 불신은 허무주의로 빠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럼에도 올바른 말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를 질문하기 시작했고, 12살 무렵 처음 소설을 쓰며 스스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즉 그의 문학은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균열된 세계 위에서 태어난 치열한 생존 본능인 셈이다.
언어에 대한 의심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활자에 파묻히는 것이었다. ‘스즈키 유이’는 현재 세이난가쿠인 대학 외국어학연구과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다.
그의 가장 놀라운 타이틀 중 하나는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라는 점이다. 하루에 3권꼴로 읽어 치우며, 특히 고전문학과 철학, 비평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한국 언론에서 그를 “책으로 몸을 만든 작가”라고 묘사할 정도로, 그의 텍스트에서 방대한 독서량에서 비롯된 인문학적 깊이가 깔려있다.
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작가의 데뷔작인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책이 필요한가’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자 첫 장편이다.
이 대단한 소설의 시작점은 아주 일상적이었다. 작가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식사 자리에 동석했을 때, 홍차 티백 꼬리표에 적힌 ‘출처 분명의 명언’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일상의 작은 호기심을 철학적 사유로 밀어 올린 그는, 대학교 도서관에서 틀어박혀 단 30일 만에 이 소설을 완성해 냈다.
그가 작품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매일 SNS에서 쏟아내는 수많은 명언들, 그 그럴싸한 문장들은 과연 진실일까?
그는 어릴 적 대지진 때 경험했던 ‘신뢰할 수 없는 말들’에 대한 감각으로 소설을 끌어온다. 위대한 사상가(괴테)의 이름만 붙으면 그 내용과 출처를 맹신해 버리는 사람들의 지적 허영과, 텍스트에 집착하느라 정작 곁에 있는 가족의 외로움은 읽어내지 못하는 지식인의 맹점을 날카롭게 찌른다.
아직 20대 중반에 불구한 그는 데뷔작 하나로 일본과 한국 양국의 베스트셀러 차트를 휩쓸며 스스로 ‘현상’이 되었다.
재난이 남긴 언어에 대한 불신을 방대한 독서로 치유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단단한 문장으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스즈키 유이’. 그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천재 신인을 넘어, “진실이 휘발된 시대에 우리는 어떤 말을 믿으며 살아야 하는가”라는 시대의 질문을 짊어질 작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정보
-장르 : 장편소설
-저자 : 스즈키 유이
-발행 : 2015년1월15일 (국내출간 2015년 11월18일)
-원제 : ゲ-テはすべてを言った
글 _ 엠큐데이
편집 _ 한이룸
mq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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