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집 ‘혼모노’는 2024년, 2025년 젊은작가상과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현재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로 떠오른 성해나의 두 번째 단편 소설집이다. 2025년 3월 출판사 창비에서 출간되었으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대중과 평단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집은 표제작인 ‘혼모노’를 비롯해 ‘스무드’, ‘구의 집’, ‘잉태기’ 등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짜와 가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표제작인 ‘혼모노’(일본어: 진짜)는 30년 차인 박수무당 ‘문수’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문수’는 평생 자신을 지켜주던 신령인 ‘장수 할멈’을 잃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앞집에는 이제 막 신내림을 받은 스무 살 남짓의 젊은 무당 ‘신애기’가 이사를 오고, ‘문수’는 자신의 신령이 저 앳된 무당에게 옮겨간 것은 아닌지 불안과 질투에 사로잡힌다.
‘문수’는 점차 영험함을 잃고 손님마저 끊기면서 가짜 무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 심지어 자신이 맡기로 했던 거물 정치인의 큰 굿판마저 앞집의 ‘신애기’에게 빼앗기는 굴욕을 겪게 된다. 젊고 영험한 진짜(혼모노)와 늙고 힘을 잃어 가짜가 되어버린 자의 서늘하고 살벌한 신경전이 숨 막히게 전개된다.
소설의 압권은 마지막 굿판 장면이다. ‘신애기’는 ‘문수’를 향해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며 그를 매도한다. 하지만 결말에서 ‘문수’는 대담하고도 충격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무엇인지 증명해 낸다.
신령이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바친 자신의 삶 전체가 ‘가짜’로 매도당하는 상황에서, ‘문수’는 굿판 한가운데서 무아지경을 경험하며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작가는 이 파격적인 결말을 통해 독자에게 “과연 신이 없으면 그간의 세월과 인간 문수의 기도는 모두 가짜인가?”, “무엇이 진정한 혼모노(진짜)인가?”라는 묵직하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성해나 작가의 소설은 치밀한 취재와 강렬한 몰입감이 특징이다. 그녀는 무당, 스턴트맨, 건축가 등 다양한 직업군과 다층적인 노인 캐릭터들을 소설 속에 입체적으로 구현해 낸다.
성해나 작가의 문장은 어렵게 꾸미지 않는데도 빠르고 강하다. 그녀는 취재가 필요한 직업군과 낯선 환경을 다루면서도 설명이 과잉되지 않게 밀고 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독자는 정보를 읽는다기보다, 이미 인물의 심리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는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성해나 작가는 비호감일 수 있는 인물을 자주 화자로 세운다는 점이다. 이 소설들에는 처음엔 가까이 가기 싫은 인물들이 많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에게도 이해 가능한 면이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소설집 ‘혼모노’는 단순히 세태를 풍자하는 책이 아니라,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문학적 태도를 가진 작품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도 인상적이다.
‘길티 클럽’은 문제적 감독을 향한 팬덤의 욕망과 자기기만을, ‘스무드’는 매끈하고 깨끗한 세계를 향한 욕망이 얼마나 많은 현실을 삭제하는지를, ‘구의 집’은 건축과 폭력의 관계를 통해 사유 없는 합리성이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호적 감정’, ‘잉태기’ 역시 조직과 가족이라는 친밀한 공간 안에 숨어 있는 위계와 통제, 그리고 그것을 당연한 질서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무감각을 정교하게 드러낸다.
이 소설집의 좋은 점은 감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흥미로운데도, 함께 읽으면 점점 더 큰 그림이 보인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가 진짜라고 믿고 싶어 하고, 그 확신이 흔들릴 때 타인을 비난하거나 배제함으로써 균형을 회복하려 든다. 성해나 작가는 바로 그 본능을 무섭도록 정확하게 포착한다.
소설집 ‘혼모노’는 영상 매체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활자가 주는 쾌감과 흡인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증명하는 작품이다. 기괴하고 자극적인 소재(무당, 저주, 갈등)를 다루면서도, 작가의 시선은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결코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이타성’을 향해 있다.
“진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답을 내리기보다, 치열하게 그 경계를 헤매는 인간의 민낯을 마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저자 소개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단순히 ‘재미있는 단편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날카롭고, 또 너무 정확한 작품이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무당, 팬덤, 건축, 스타트업, 가족 같은 서로 다른 세계를 그리지만, 실제로는 오늘의 한국 사회가 무엇을 진짜라고 믿고 가짜라고 몰아내는지 집요하게 추적하는 소설집이다.
1994년생인 성해나는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단 두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으로 문단의 가장 뜨거운 이름이 되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을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 있는 불편한 감정을 뽑아내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작가의 정체성은 소설집 ‘혼모노’에서 동시대인들이 겪는 세대 갈등, 도덕적 우월감, 존재 가치의 상실 등을 날카롭고 서늘하게 해부하는 방식으로 발현된다.
특히 표제작 ‘혼모노’에서 보여준 성해나 작가의 세계관은 영성 및 운명학과도 맞닿아 있으면서도 철저히 현실적이다. 성해나 작가는 30년 차 무당이 젊은 무당에게 신기를 뺏기고 질투하는 과정을 초자연적이고 오컬트적인 현상이 아닌, 현대인의 ‘직업적 도태’와 ‘인생 전체가 가짜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보편적인 공포’로 치환했다. 낯설고 이질적인 무속의 세계를 빌려, 내가 굳게 믿어온 가치가 송두리째 무너졌을 때 발가벗겨지는 인간의 처절한 민낯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이 성해나 작가의 압도적인 역량이다.
성해나 작가 소설의 뼈대는 철저하고 집요한 취재에서 나온다. 그는 점집, 스타트업, 태극기 집회, 건축 현장 등 각기 다른 현장의 디테일을 살려내면서도, 그것을 건조한 정보 전달로 소비하지 않는다. 작가는 결점이 많고 위선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독자가 그들을 쉽게 비난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 내면의 나약함에 동화되도록 만든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활자 속에 갇힌다”는 작가의 철학처럼, 그는 한 인간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섣불리 재단하지 않는다.
배우 박정민이 “넷플릭스를 왜 보냐. 질투 나는 재능이다”라고 극찬한 이유는 성해나 작가의 텍스트가 지닌 강력한 시각적 쾌감과 서사적 긴장감 때문이다. 성해나 작가의 단편들은 각 인물의 대립 구도가 뚜렷하고 공간적 배경이 미장센처럼 선명하게 구축되어 있다. 텍스트만으로도 인물 간의 숨 막히는 신경전과 스릴러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출력은 영상 콘텐츠 이상의 흡인력을 발휘한다.
소설집 ‘혼모노’의 수록작들은 대부분 해피엔딩을 제공하지 않으며 찝찝하고 불편한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성해나 작가의 서늘함은 세상을 향한 냉소나 포기가 아니라,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끝까지 그 경계를 더듬어보려는 신중함”에 기인한다.

소설집 ‘혼모노’ 정보
-장르 : 한국 단편소설
-저자 : 성해나
-쪽수 : 368쪽
-발행 : 2025년 03월28일
글 _ 엠큐데이
편집 _ 한이룸
mq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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