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의 이성적 언어를 지나, 무대 위 감성의 언어를 배우다.
“연기는 내 인생의 가장 아픈 순간에 찾아온 선물이었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 그리고 찰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생방송의 긴장감. 9년 차 베테랑 아나운서 장현정이 전혀 다른 공기를 내뿜으며 관객 앞에 섰다. 차가운 이성의 언어로 스포츠 현장의 뜨거움을 전하던 그녀가, 이제는 연극 ‘아빠와 딸’의 천방지축 딸 ‘고유림’役이 되어 가장 뜨거운 감성의 언어를 내뱉기 시작한 것이다.
배우 장현정은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조차 남다르다. 아나운서로 다져진 완벽주의적 성향은 역할을 분석하는 데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녀는 6살부터 26살까지 변화하는 역할의 정서를 잡기 위해 동요를 들으며 감성을 예열한다. 무대 직전까지 동요를 들으며 아이 같은 순수함을 소환하는 그녀의 모습은, 이성적인 분석력 위에 감성적인 몰입을 더하는 그녀만의 특별한 연기 미학을 보여준다.
배우 장현정은 자신을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정의한다. 배역을 사랑하고, 동료, 스태프를 사랑하며, 객석을 메운 관객 한 분 한 분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 배우 장현정의 활약은 이제 서막을 올렸을 뿐이다. 아나운서로서 쌓아온 9년의 신뢰라는 토대 위에, 이제는 배우로서의 투명한 진심을 쌓아 올리고 있다. 80분간의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비로소 완성되는 그녀의 궤적은, 올봄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가장 따뜻하고 선명한 나이테로 남을 것이다.

MQ) 배우 장현정을 소개 부탁한다.
다양한 얼굴과 다채로운 목소리를 가진 배우, 장현정이다. 배우이자 9년 차 아나운서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며, 올봄부터는 연극 ‘아빠와 딸’에서 천방지축 사랑스러운 딸 ‘고유림’ 역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MQ) 연극 ‘아빠와 딸’에 출연한다. 어떤 작품인가?
아빠와 딸의 20년 희로애락을 담은 작품이다. 마냥 젊을 것만 같던 아빠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말괄량이 유치원생 딸이 어느덧 취업을 하고 결혼을 이야기할 때까지의 시간을 담았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따뜻함만 있는 건 아니다. 사춘기와 다툼, 저마다 품고 산 외로움이 모두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나도 저랬지’, ‘우리도 그랬지’ 하며 많은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보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배우로 참여하는 나 또한 매번 위로를 받는다. 이 작품의 배우가 아니었더라도 아빠와 꼭 와서 보고 싶은 작품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 것 같다.
MQ) ‘고유림’이라는 역할의 첫인상은 어땠나?
밝고 사랑스러운 노래들이 생각났다. 작품을 하게 될 땐 그 인물, 장면, 전체적인 작품을 아우르는 내 나름의 OST를 만드는데, ‘고유림’役의 20년을 모두 아울러도 밝고 에너지 넘치는 노래들이 생각났다. 통통 튀면서도 엇나가지 않고 순수함을 잃지 않는 인물 같았다. 그 첫인상이 극을 올린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고유림’役을 준비할 때면 동요 플레이리스트나, 어릴 때 듣던 노래들을 찾아 듣곤 한다. 지금 딱 떠오르는 노래로는 최근에 알게 된 동요 ‘네가 있어 행복해’라는 곡이다.
MQ) 상대역인 ‘아빠’ 배우와의 호흡은?
‘아빠’役가 네 분이다. 모두 개성이 넘치고, 호흡도 다 다르다. 그 속에서 배울 점도 참 많고, 같은 작품이지만 ‘아빠’役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거칠어 보이지만 딸 앞에서는 한없이 주저하게 되고 조심스러운 ‘아빠’役부터 어린 나이에 ‘딸’役과 함께 성장통을 겪으며 사랑의 깊이를 더해가는 젊은 ‘아빠’役까지. 배우로서 한 작품에 이렇게 다양한 ‘아빠’役들과 연기하고 서로의 호흡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축복인 것 같다. 네 분의 ‘아빠’役들과 함께하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MQ) 다양한 작품에 출연을 했다. 그간 출연했던 작품과 연극 ‘아빠와 딸’은 어떤 부분이 다른가?
주변에서 연극 ‘아빠와 딸’을 출연하면서 애교도 많아지고 더 밝아졌다는 말을 해준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건 처음이다. 연극 ‘아빠와 딸’은 무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모습에도 참 좋은 영향을 준다. 그간 로맨스물이나 직군, 캐릭터성이 두드러지는 인물들과 인연이 있었는데, 2인극도 처음이고 가족애를 깊이 다룬 작품도 처음이다. 그 속에서 점점 밝아지는 내 모습을 보니 생경하면서도 참 좋다.
MQ) 연극 ‘아빠와 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
단연 아빠의 사랑이다. 그리고 내가 아직도 철없는 딸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아빠가 옛날부터 “너는 아빠한테 짜증 내는 연기하면 최고로 잘하겠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그대로 이뤄졌다. 아빠는 몇 수를 내다보시는지 모르겠다(웃음) 지금도 나를 키우시는 아빠를 통해 이 작품에 더 애착을 갖게 되고, 작품 안팎에서 느낄 수 있는 아빠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배워가고 있다.
MQ) ‘고유림’役과 실제 닮은 점과 다른 점은?
아빠 앞에서는 한없이 어려진다는 점이 닮았다. ‘고유림’役은 6살부터 26살이 되기까지 늘 ’아빠’役에게 한없이 어리고, 지켜주고 싶은 존재다. 살면서 이렇게 마음 놓고 어려질 수 있는 존재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데, 어린 ‘고유림’役과 어린 장현정을 꺼낼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자 안전지대가 ‘아빠’라는 점이 닮았다.
MQ) ‘고유림’役을 연기하며 가장 공감 갔던 대사나 장면은?
“키우면서 나 밉고 서운할 땐 어떻게 했어?”라는 대사다. 오디션 때부터 그렇게 마음을 울렸던 대사이기도 하고 정말 애착이 가는 장면 중 하나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작중 ‘아빠’役를 통해 듣는데 매번 눈물이 난다. 더불어 연극 ‘아빠와 딸’ 덕분에 부모님은 나를 키우실 때 속상함, 서운함들을 어떻게 해소하고 또 삼키셨을까 종종 생각한다. 머지않아 직접 여쭤보려는데, 여전히 서운하다고 하시면 어쩌지 싶긴 하다(웃음)

MQ) 작품 속, ‘고유림’役의 행동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아빠’役에 대한 불평불만을 친구에게 전화로 터놓는 장면이다. 이상하게 이 전화 씬이 그렇게 어려웠다. ‘아빠’役에 대한 불평보단 ‘아빠’役의 나이 든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는 나이가 돼서 그런가, ‘고유림’役으로 반응해야 하는데 자꾸 ‘장현정’이 나왔다. 지금은 ‘고유림’이 어떤 부분으로 인해 그렇게 말하게 됐는지 이해를 하니 고민이 해소되었다. 하지만 연습 기간 동안엔 조금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그럴 때일수록 ‘고유림’役의 나이에 집중했다. 그 나이이기에 할 수 있는 말과 생각들에 집중해 보니 ‘고유림’役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MQ) 연극 ‘아빠와 딸’에서 연기를 할 때, 혹은 무대에 오를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첫 번째로는 텐션 올리기다. 평소 톤도 낮고, 텐션이 높지 않아 어떻게든 텐션을 끌어 올리고 들어간다. 무대 직전까지 동요를 듣기도 하고, 밝은 가요를 듣기도 한다. 텐션을 높이려면 컨디션 관리가 선행되어야 하니, 잠을 푹 자고 건강한 식단을 먹고 극장에 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극을 찾아 주시는 관객분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마음 하나가 큰 원동력이 된다.
MQ) 배우 장현정은 어떻게 연기를 시작을 하게 되었는가?
실은 악플러들을 고소하다가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발히 활동 중에 도 넘는 많은 악플들로 인생에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상담도, 고소도 하며 주변으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이렇게 살 수 없겠다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 ‘경찰청 웹드라마’ 오디션을 발견하고 덜컥 지원했다. 내 경험을 살린다면 경찰, 가해자, 피해자 어떤 것이든 다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결국 배운 적도, 전공한 것도 아닌데 날 것 그대로를 좋게 봐주셔서 사이버수사팀 엘리트 형사로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 연기를 하는 사람에게 주연을 맡겨주시고, 믿음을 주신 것에 참 감사했다.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에서도 치유의 시작이었다. 그렇기에 내 인생에 연기를 움켜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MQ)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연극 ‘아빠와 딸’을 제외하면, 김종관 감독님의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다 아직 개봉 예정이다. 대학 때부터 김종관 감독님의 팬이었는데, 너무나 매력적인 장면의 인물로 캐스팅 되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직접 감독님 팬이라고도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하기 어렵지만, 진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따뜻한 장면 속 인물이 되었고, 내가 보던 영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연기를 하며 ‘덕업일치’의 순간을 마주한, 내게 정말 귀한 작품이다.
MQ) 연기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다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녀딸로 나오는 작품을 꼭 하고 싶다. 태어날 때부터 20대 후반이 되기 까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나를 키우셨다. 대가족으로 살면서 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큰 사랑을 받았는데, 몇 해 전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다. 사무치게 그리울 때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작품을 통해서라도 다시금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하고 싶다.
MQ) 연기를 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가장 최근엔 연극 ‘아빠와 딸’ 첫 공연을 하며 많은 어린이 관객들이 울고 웃었을 때다. 평소 아이들을 참 예뻐하는데, 마냥 꺄르르 웃다가도 이내 몰입하며 울던 어린 관객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감동이 컸다. 배우와 관객으로 만나 함께한 80여 분의 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라며, 앞으로도 더 진심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MQ) 배우 장현정이 추천하는 연극 혹은 뮤지컬은?
연극 ‘맥베스 리포트쇼’다. 침팬지 집단에서 추적한 권력의 기원부터 파멸에 이르기까지를 다채롭게 담았다. 입장부터 신선한 충격이었고, 배우들과 직접 호흡하며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는 공연이다. 공연을 본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하고 작품의 일부가 되는 순간에 매료됐다. 몇 해 전 워크숍으로 인연이 된 극단 ‘바바서커스’의 작품이라 시간이 되면 바바서커스의 작품을 꼭 보려고 하는데, 정말 예상치 못한 연출과 배우분들의 눈빛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주변에도 널리 추천하고 있다.
MQ) 배우 장현정은 어떤 사람인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나의 캐릭터와 상대 배우, 관객, 그리고 함께하는 모든 스태프와 이 현장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낯을 가리고 서툰 부분도 많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표현도 많아지고, 그런 나의 진심이 닿는 순간들을 자주 느껴왔다. 관객과 시청자에게는 한 번 더 보고 싶은 배우, 한 번 더 찾아보게 되는 배우이고 싶고, 함께 일하는 분들께는 다시 같이 작업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MQ)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처럼 배우와 아나운서로서 더욱 건강하게 활동하는 것이다. 당장 올해는 연극 ‘아빠와 딸’ 공연을 잘 올리면서 크루로 활동 중인 웹드라마 촬영들을 잘 해내고 싶다. 사이사이 가능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서 연기적인 경험과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한다.

M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달라
연극 ‘아빠와 딸’ 덕분에 엠큐데이와 인연이 되어 ‘고유림’役으로서, 장현정으로서 진솔한 마음을 꺼낼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 작품의 배우라는 사실이 이따금 큰 용기를 준다. 앞으로도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 한 번 한 번을 정말 귀하게 생각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겠다. 배우 장현정의 활약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글 _ 엠큐데이
편집 _ 한이룸
사진제공 _ 데이문
mq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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