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면에서 능통한 팔방미인 연출가 허은. 그녀가 연극 ‘우리, 맥주 한 캔 할래?’를 연출하며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연출가 허은과 나눈 이야기를 공개한다.
MQ) 연출가 겸 배우 허은을 소개 부탁한다.
15년 넘게 배우로 살아 왔지만 연출가라는 타이틀은 아직 쑥스럽다(웃음) 그냥... 나이 40이 넘어서도 아직까지 옥탑의 낭만을 즐기며 옥상에 널린 빨래의 뽀송한 냄새 하나에 행복해 하는 철없는 사람, 철들고 싶지 않은 사람 허은이다.
MQ) 최근 근황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늘 바쁘다(웃음) 얼마 전까진 기업 교육 운영, 백화점 팝업 행사, 한옥 스튜디오 촬영 스태프 등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빴는데, 공연 준비를 시작하면서는 연습 외에도 음향 디자인, 음악 디자인, 무대 디자인, 기술 인원 섭외 등을 직접 하다 보니.. 공연 관련 작업으로 인해 바쁘다.
MQ) 많이 바쁜 것 같다. 그럼 휴식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은가.
일단 핸드폰을 끄고 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10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푹 잔 다음, 반신욕을 한 판 때리고(웃음) 근처 만화방으로 달려가 짜장면과 콜라를 주문한 후 반쯤 드러누운 자세로 '환상게임 완전판'을 정주행하고 싶다.
MQ) 연극 ‘우리, 맥주 한 캔 할래?’를 연출가로서 직접 소개해달라.
연극 ‘우리, 맥주 한 캔 할래?’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이다. 주인공 이름이 '우리'인 것도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연애, 사랑 그리고 섹스에 대한 담론을 통해 여성들의 성 이야기, 첫경험, 피임, 순결 프레임 등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작품이다.
MQ) 여성들의 성 이야기라, 민감할 수도 있는 주제인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민감한 부분이다. 그래서 친근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차용하여 관객들이 “내 이야기네”라고 느낄 만큼 거부감 없이 일상적이고 재미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성 이야기'는 사실 이 작품의 주제는 아니다. 중요한 소재일 뿐. 이 작품의 주제는 '갇혀 있던 자신만의 세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MQ) 그렇다면, 연극 ‘우리, 맥주 한 캔 할래?’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은 무엇인가?
음, 베드신?(웃음) 주인공 ‘우리’의 베드신을 최대한 섹슈얼하지 않게, '좌충우돌, 우당탕탕'으로 보이게 하고 싶었다.
MQ) 이번 연극을 준비하며 힘든 점은 없었는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웃음) 그런데 의외로 공식적으론 첫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연습실 안에서는 힘든 점이 단 한 부분도 없다. 배우들을 잘 뽑아서 그런 듯 하다(웃음) 연습 외적으로는 이런저런 힘든 점들이 있었으나 일일이 다 얘기하기엔 너무 길고, 그 스트레스를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장면을 만들며 해소하고, 연습이 오히려 '힐링'이 된다는 것 정도?만 얘기하자.
MQ) 연습실 분위기가 좋은가 보다.
맞다. 완전. 배우들이 인물에 너무 찰떡같이 붙어서 진심인 감정으로 자기도 모르게 애드립이 나올 땐, 연출부가 웃음을 못 참는 바람에 연습이 중단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웃음) 음, 앞으로는 웃음만 참으면 장면이 더 잘 만들어질 듯 하다(웃음)
MQ) 연극 ‘우리, 맥주 한 캔 할래?’는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은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 참고로 15세 이상만.
MQ) 연기를 할 때와 연출을 할 때의 매력이 다를 것 같다.
음, 확실히 다르다. 연기를 할 때는 한 나무의 가지가 어떤 모양과 방향으로 얼마나 길게 뻗을지, 열매가 어떤 색깔로 맺힐지, 그 열매의 크기는 얼만할지, 잎의 색은 어떨지 이런 디테일들을 고민한다면, 연출을 할 때는 그래서 그 나무들이 모여서 어떤 형태의 숲을 이루는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여튼 둘 다 매력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웃음)
MQ) 이번에 연출 뿐 아니라 각색도 한 걸로 아는데.
그렇다. 각색을 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을 완성할 때마다 원작자와 끊임없이 소통을 했고, 서로 울고 웃고 했다. 아무래도 여자들의 이야기를 서로 공감하다 보니... 가장 울컥했을 때는, 통화하다 원작자가 '언니, 제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찰떡같이 알아요?' 했을 때랑, '언니, 이 장면에서 나 눈물이 났어요. 너무 나 같아요'라고 했을 때... 목소리로만 들어서 더 울컥했을 수도.. 참고로 원작자의 이름도 '우리' 다..
MQ) 직접 쓴 작품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작가로서 와 연출로서의 입장은 많이 다른가.
글을 쓸 때는 나의 모든 것을 토해내는 것 같다. 하지만 연출일 때는 조금 더 객관적이 된달까? 이번 ‘우리, 맥주 한 캔 할래?’에서도 작가로서 쏟아냈던 부분들을 연출로서 많이 걷어냈다. 연습실에서의 유행어가 “작가 데려와!”였을 정도(웃음) 그만큼 작가로서의 자아와 연출로서의 자아를 떨어뜨려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MQ) 배우로서 허은의 꿈이 궁금하다.
배우로서는.. 음, 일단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주변 동료 배우 분들은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웃음) 연기라는 직업을 가진 일반인으로 살고 싶다. 아 근데 이런 꿈, 진짜 이상한가?
MQ) 연출가로서 허은의 꿈도 이야기 해달라.
이번 ‘우리 맥주 한 캔 할래?’도 그렇지만, 관객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출이고 싶다. “와, 저거 내 얘기네” 할 정도로..
MQ) 연극 ‘우리, 맥주 한 캔 할래?’를 찾아올 관객 분들께 한마디를 남긴다면?
아, 이런 거 너무 쑥스럽다(웃음) 음, 그냥...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해 보자.
M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달라.
우와, 이런 것도 쑥스럽다(웃음) 사실, 나 개인의 이야기보다 작품의 이야기, 우리 팀원들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됐는지 모르겠다.. 여튼... 공연 많이 보러 와 달라. 로 끝내야 하나?(웃음) 감사하다.
글 _ 엠큐데이
사진제공 _ 허은
mq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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