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진은 연습 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의상과 조명은 본 공연과 다를 수 있습니다.
거센 파도 앞에서도 끝내 날개를 접지 않는 우리들의 초상.. 연극 ‘갈매기 날다’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현대인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 “당신은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100여 년 전, 안톤 체호프가 창조해 낸 고전 ‘갈매기’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타인에게 예술을 인정받고자 몸부림쳤다. 그리고 2026년 8월, 극단 ‘퍼포먼스그룹153’의 연출가 황미숙은 이 오래된 욕망의 서사를 오늘날 우리의 가장 예민한 감각 위로 정교하게 끌어올렸다.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 ‘갈매기 날다’는 고전의 해체를 넘어, 텍스트와 움직임, 라이브 음악이 융합된 강렬한 공감각적 무대로 관객의 숨결을 움켜쥔다.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불완전한 욕망과 엇갈림
이야기는 거친 바닷가에 저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길 갈망하는 인물들이 모여들며 위태로운 균열을 일으키며 시작된다. 사라져가는 젊음과 화려했던 명성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불안해하는 여배우 ‘지나’, 그리고 훌륭한 작품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사랑과 타인의 상처마저 창작의 재료로 삼는 냉혹한 소설가 ‘백곤’. 이들의 견고하고도 불안한 세계에 성공과 예술을 순수하게 동경하며 자신을 내던지는 배우 지망생 ‘니나’와 믿었던 이들에게 소외당하며 깊은 상실을 마주하게 될 청년 ‘보인’이 얽혀든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던 이들의 감정은 결국 지독한 집착이 되고, 예술은 욕망이 되며, 찬란했던 꿈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곪아간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맞춰 위태롭게 쌓아 올렸던 거짓된 자아들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면서, 무대는 극심한 혼란과 절망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니나’의 순수한 꿈은 부서지고, ‘백곤’은 욕망 뒤에 찾아온 채워지지 않는 고독에 시달린다. 무대 위 여섯 마리의 갈매기들은 거친 파도와 바람의 저항을 격렬한 신체 움직임으로 뿜어내고, 첼로와 라이브 밴드의 생생한 연주가 인물들의 가쁜 호흡과 충돌하며 현실과 내면의 경계를 허무는 강렬한 공감각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모든 환상과 집착이 부서진 바닷가의 폐허 위에서, 인물들은 마침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타인이 만들어놓은 껍데기를 벗어던진 이들은 비로소 상처 입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연극 ‘갈매기 날다’가 말하는 ‘비상’이란 거창한 성공이나 화려한 승리가 아니다. 거센 맞바람 속에서도 끝내 날개를 접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의 삶’을 향해 묵묵히 걸어 나가는 정직한 회복의 과정을 묵직하게 그려내며 막을 내린다.





호수에서 바다로, 그리고 무대 위로 내려앉은 여섯 마리의 ‘갈매기’
연출가 황미숙은 가장 먼저 원작의 정적인 ‘호숫가’를 끝없는 파도와 바람이 몰아치는 거친 ‘바닷가’로 치환했다. 고요한 내면이 아닌, 끊임없이 흔들리고 부딪히며 때로는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역동적인 삶을 바다라는 공간에 투영한 것이다.
가장 파격적인 변주는 단연 ‘갈매기’의 시각화다. 대사 속의 상징이나 박제된 소품에 불과했던 갈매기는, 이번 무대에서 무려 여섯 명의 퍼포머(김다영·이지희·이율·이상구·이준겸·곽명진)의 육체를 빌려 살아 숨 쉬는 배역으로 등장한다. 때로는 거센 맞바람을 뚫고 비상하려고 애쓰고, 때로는 묵묵히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이들의 움직임은 다름 아닌 시대를 버텨내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연출가 황미숙은 엠큐데이 인터뷰를 통해 “[날다]는 거창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과 거짓된 자아를 털어내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찾아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정직한 회복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타인의 평가에 갇혀 타자의 욕망을 복제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대 위 갈매기의 날갯짓은 그 자체로 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욕망의 맨얼굴을 그리다
작품을 이끄는 인물들의 내면은 세밀하고 입체적이다. 소설가 ‘백곤’(원작 트리고린 모티브)은 창작을 위해 타인의 상처와 욕망마저 기꺼이 재료로 삼는 이기적이고 냉혹한 예술가다.
배우 박형준은 이 역할을 “훌륭한 작품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을 지녔으며, 그 무엇보다 자신의 안위를 제일 두려워하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노련한 관록으로 공연 내내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끌며 ‘백곤’의 이기심 저변에 깔린 인간적 외로움까지 무대 위에 생생히 펼쳐낸다.
이에 맞서는 ‘니나’ 역의 배우 하민우는 원작보다 훨씬 더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에너지로 무장했다. 특히 그녀는 무대를 채우는 여섯 퍼포머(갈매기)들과 호흡하며 그들의 움직임에서 거대한 에너지를 수혈받아, 이성에 갇히지 않은 가장 날것의 감정을 폭발시킨다.
여기에 젊음과 명성을 붙잡으려는 유명 배우 ‘지나’역의 정아미, 상실을 겪고 삶을 관조하게 되는 ‘보인’역의 배형빈·이율빈, 그리고 극에 생동감을 더하는 ‘도민’역의 박찬이·안치현·손승우까지, 세대와 경력을 뛰어넘는 배우들의 앙상블은 극의 밀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휘몰아치는 라이브 연주, 감각을 일깨우는 ‘체험’으로서의 연극
연극 ‘갈매기 날다’는 머리로 이해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감각의 예술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 공기를 데우는 프리쇼와 더불어, 첼리스트 박혜준(음악감독)과 Eastmen 밴드가 공연 내내 생생한 라이브 연주를 선보인다. 녹음된 음원이 아닌 라이브를 고집하는 이유는 음악 역시 배우들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는 ‘또 하나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색소폰과 첼로의 선율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흩어진다. 인물들의 대사, 퍼포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그리고 조명 및 영상은 관객을 압도한다. 배우 박형준이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종합 예술”이라 강력히 추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작은 날개 하나’가 남기를 바란다는 연출가 황미숙의 말처럼, 연극 ‘갈매기 날다’는 무한 경쟁과 상처 속에서 스스로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우리 모두를 향한 따뜻한 헌사다.
바람을 거스를 것인가, 아니면 흐름에 몸을 맡길 것인가. 2026년 8월,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거센 파도 위로 몸을 던진 갈매기들의 숭고한 비행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연극 ‘갈매기 날다’ 정보
-공연장소
서울시 중구 장춘단로 59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기간
2026년08월15일~08월18일
-공연연출
황미숙
-관람등급
만 13세 이상 관람가
-공연시간(95분)
토(15일) 15:00, 19:30
일(16일) 15:00
화(18일) 19:30
전체_공연사진 (→SLIDE)













































































글/사진 _ 엠큐데이
편집 _ 한이룸
mq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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